기술과 관련된 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성장해야한다. 분기가 되든 매달이 되든 매일이 되든 꾸준해야 하고, 주니어든 시니어든 장인이든 누구든지 해야한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발전하고 있어서, 잠깐 특정 시기의 기술을 놓치게 되면 업계가 바뀌어져있고, 내가 사용하던 기술은 도태되고 있을 수 있다. 2000년대 Java를 일찍 배워 반복적인 일만 해도 돈을 많이 벌던 대기업 아저씨들이, Java의 무수한 발전 형태를 따라가지 못하고 결국 치킨집, PC방을 차리는 이야기 처럼.
꾸준한 성장을 위해서 계획,학습, 교육, 노력 보다는 먼저 인정을 해야한다. 나의 자존감을 위한 인정이 아니고, 남의 실수를 품어주기 위한 인정도 아니고, 나의 현재 레벨에 대한 객관적인 위치를 인정을 해야한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능력이, 주변 사회에 나갔을때 또는 더 나아가 세계에 나갔을때 어느정도 경쟁력이 있는지 객관적인 자기 평가와 냉정한 결과에 대한 인정이 필요하다. 비롯 그게 나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거나, 우울하게 만들어도, 이때의 인정은 저 위에 있는 나를 위한 사다리가 될 것이다.
20대 초중반에는 축구를 할때 분명 날라다녔는데(내 생각에는), 나이가 들수록 몸과 기량이 떨어지는걸 알면서도, 내가 잘했던 그때의 기억때문에, 요즘 잘 못하는 나를 보며 괴로워했었다. 다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금 떨어진 내 모습을 그대로 인정하고,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점을 잡아 쌓아 올려가야한다. 올리는 방향(벡터값)은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 과거에는 신체 능력을 이용한 스피드에 기반한 스타일이였다면, 이제는 머리를 써서 최대한 패스를 잘 돌리는 스타일로 다시 성장하듯이.
커리어에 있어서도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의 능력에 대한 객관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을 내가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해도, 그게 정말로 '잘' 하는 건지를 폭 넓게 비교하면서, 실제로는 부족한 점이 보였다면 바로 스스로 인정하고 다시 가다듬으면 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스스로의 인정을 방해하는 것들 역시 스스로 뛰어 넘어야 하는데, 내 머리속의 나의 이상적인 모습, 사회적 위치때문에 만들어진 모습(예를 들어 나는 CTO로 일하고 있으니 모든 기술을 잘 다루는 모습이어야 된다는 생각) 등등에 방해를 받으면 안된다.
주니어는 애초에 쌓인게 많지 않으니 쉬운 행위일 수 있지만, 시니어들에게는 이미 너무 많은 모습들이 머리속에, 사회속에 있기에, 스스로 인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대는 머무르지 않는다. 계속 발전하고 있고, 나 역시 스스로의 성장을 통해 그 발전에 발 맞춰 가려면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나의 그 머리속 모습을.